“돈 한 푼 안 들이고도 아파트가 갤러리로 변신했다!”

솜씨 좋고 마음씨 좋은 화가 부부의

1년 재활용목공 공작記


실속 있고 효율적인 재활용목공

재활용목공이란 헌 가구처럼 이미 한번 사용된 목재를 이용한 목공이다. 크기나 모양이 정해져 있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못 자국이 뚫린 목재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새 목재를 쓰는 것보다 어렵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사용하기 적당한 크기로 잘려있고, 마감처리까지 돼 있어서 본래의 모양을 살리는 아이디어를 낸다면 이러저러한 공정을 거치지 않고 못질 몇 번으로 간편하게 작업이 완성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얼마든지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물건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얼마나 실속 있고 효율적인 작업인가.

재활용재료를 쓰니 돈이 들지 않고, 만들다가 망쳐버려도 재료값이 들지 않았으니 아까울 것도 없다. 그리고 투자한 시간만큼 나의생활이 좀 더 편리해졌다면 당장 몇 시간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버리는 물건이 새 물건으로 바뀔 수 있으니 얼마나 생산적인 작업인가. 만드는 내내 느껴지는 즐거운 마음과 만든 후의 성취감은 보너스다. (10쪽)

이담․김근희 부부의 재활용목공 예찬론자들이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기술을 사람들이 활용하고 즐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책 《재활용목공 인테리어》를 펴낸 이유이다.


흔한 30평형 아파트가 멋진 갤러리가 되기까지

저자들에게 재활용목공은 취미라기보다는 삶에 꼭 필요한 생존기술이다. 20여 년 전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를 마치고 터를 잡기까지, 유학생이고 화가인 이들이 넉넉한 살림을 꾸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검소한 생활이 몸에 뱄고, 소소한 생활용품들은 직접 만들어 쓰곤 했다. 목공도 그러한 ‘소소한 생활 기술’의 하나였다. 바느질, 요리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목공’ 자체에 재미가 붙어 새 목재로 뚝딱뚝딱 새 물건을 만들기도 했지만, 곧 몇 번씩 고민하며 꼭 필요한 물건만 재활용목공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또는 여가의 즐거움을 위해 하는 목공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일상의 노동으로서의 목공이었다.

그러던 그들이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학을 졸업한 딸이 한국에서 지내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부부는 속초의 작은 아파트에 짐을 풀었다. 상대적으로 살림 규모가 작아진데다 미국에서 올 때 불필요한 것들은 하나도 가져오지 않은 터라 불편하고 옹색했지만 ‘짐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에 감수하고 살았다.

그러다 한국 체류 기간이 길어질 것 같아 1년 뒤 처음보다 조금 넓은 집으로 옮겨가게 됐다. 공간이 조금 넓어지니 필요한 물건들이 생겨났다. 부부는 미국에서처럼 필요한 가구들을 직접 고치고 만들어 집을 정리해 나갔다. 그러나 무엇도 새로 사지는 않았다. 목공연장은 미국에서 올 때 가져온 간단한 손연장을 사용했고, 재료는 재활용품수거장에 버려진 가구나 지인들에게서 얻어온 헌 가구였다. 가끔은 길을 가다 쓸 만한 것들을 발견해 주워오기도 했다.

부부는 버려진 이층침대․밥상․의자, 지인에게서 얻어온 장식장․테이블, 그동안 집에서 사용하던 선반 등을 고치고 다듬어 1년 동안 50개가 넘는 수납가구와 소품을 만들었다. 그 가구들은 그들의 30평형 아파트를 채우고 있다. 가구들은 단순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같이 쓰임새가 분명하고 공간활용도도 좋은 맞춤가구들이다.

이렇게 정돈된 부부의 속초 아파트는 지인들의 명소가 됐다. 흔한 아파트임에도 필요하지 않는 물건은 없고 깔끔하게 정돈돼 있으니 집이 넓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화가인 이들의 눈썰미․손재주가 미적 감각까지 더해 흡사 부부의 갤러리 같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물건마다 내력이 있고 이야기가 있으니 둘러보며 그 사연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1년 동안의 작업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묶어낸 것이 바로 이 책 《재활용목공 인테리어》이다.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 생존기술, 재활용목공

저자들은 책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기술만은 아니다. 기술이 목적이라면 굳이 재활용을 선택할 필요도 없었다. 건강하고 소박한 삶을 만드는 생존기술로써의 재활용과 목공을 보여주고자 함이 이들의 목표다. 말하자면 자연과,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삶의 모델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환경운동이나 자연사랑은 거창한 문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속해 있는 자리를 깨끗하게 잘 쓰다가 돌려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버려질 물건을 되살려서 사용하면 세상에 늘어나는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지구의 사용 가능한 공간도 넓어질 것이다. 물론 깨끗한 환경을 누려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도 있다. 재활용목공으로 그 첫발을 디딜 수 있다. (11쪽)

그들의 생각과 삶의 태도는 책 곳곳에 드러난다. 만들기 과정을 설명하는 짧은 글에도 드러나 있고, 구석구석 자리잡은 길고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쓸모없는 물건은 만들지 않고, 모양을 내기 위해 재료를 낭비하지 않는 ‘생활목공인’의 자세는 강한 인상을 준다. 이는 목차만 봐도 드러나고 책 전체에 자연스럽게 드러나 책을 보는 이도 감염시킬 듯하다.

저자들은 생산적이며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재활용목공이 널리 퍼지기를 희망한다. 그러자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먹으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거리마다 넘쳐나는 쓰레기를 볼 때마다 안타깝기만 하다. 멀쩡한 물건이 눈비를 맞으며 썩어가는 것을 보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그것들을 잘 갈무리해 필요한 사람들이 다시 쓸 수 있다면 쓰레기도 줄어들고 생활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좋은 일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제안한다. 마을마다 아파트마다 목공실을 만들어 운영하자고. 조금은 엉성한 생각일지라도 함께 머리를 모은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생활이 아름다워질 수 있을 거라고.



■ 지은이

이담, 김근희

함께 그림을 그리고,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자 동지이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나란히 졸업하고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 대학원을 함께 다녔다.

자연스럽고 군더더기 없는, 평화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쩌면 작가․일러스트레이터로 사는 가난한 화가 부부로서의 생활은 천직이었는지 모른다. 이들은 예술가의 감각과 소박한 품성으로 무엇이든 스스로 준비하고 만들어 쓰는 습관이 몸에 배 있다. 이들 부부의 작업공간이자 생활공간인 집엔 이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다. 조그마한 소품 하나부터 제법 묵직해 뵈는 가구들까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만드는 공간은 흔하면서도 어딘지 정취가 남다른 공간이 된다. 말하자면 이들의 삶의 향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갤러리다.

미국에서 생활하다 2009년 돌아와 둥지를 튼 속초의 작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기약 없는 일정이라 많은 짐을 가져올 수 없었던 이들은 대부분의 살림을 다시 준비해야 했다. 그렇다고 돈을 펑펑 써가며 모두 새로 사들일 수는 없는 일. 부부는 손과 머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재활용품수거장에서 좋은 눈썰미로 찾아낸 보물, 지인들이 쓰다 넘겨준 헌 가구들을 분해하고, 자르고, 다시 맞추고, 바느질을 해가며 새 가구와 소품으로 만들어냈다. 꼬박 1년 동안 50여 점이 넘는 ‘작품’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들로 채워진 부부의 속초 집은 지인들의 명소가 됐다. 흔한 아파트이지만 소박한 자연의 정취가 묻어나는, 그러면서도 꼼꼼하고 알뜰한 수납이 돋보이는 멋진 집이 된 것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깔끔하고 야무진 그들을 닮은 공간에서 부부는 오늘도 그림을 그리고 밥을 지어 먹는다.

미국과 국내에서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부부가 공동 작업한 《폭죽소리》는 1996년 ‘볼로냐 어린이도서전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엄마의 고향을 찾아서(Journey Home)》는 1998년 ‘미국 학부모협회 선정 도서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 편지》 《겨레전통도감 살림살이》 등에 그림을 그렸고, 《고치고 만들고 가꾸는 조각보 같은 우리집》 《마음대로 그려 봐》 《아기별》 등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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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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